제목 : 너는 어찌 밥을 먹기를 싫어하느냐

 

할아비는 네가 밥 잘 먹기를 바라거늘 너는 어찌하여 밥 먹기를 싫어하느냐.

혹 한 끼라도 거를까 걱정되어 아침저녁으로 부지런히 권하지만,

밥을 보면 먼저 잘 생각을 하고 하품하고 기지개를 켜다 끝내 싫다며 물리친다.

가끔은 달아나다 되돌아오고 자주 변소에 간다는 핑계를 댄다.

음식을 가려 먹어 여종이 부지런히 따라다니는데 입에 넣을 뿐 씹지를 않는다.

붙잡고 깨우쳐주어도 들으려 하지 않아 마침내 화를 내고 꾸짖었다.

타고난 성품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장기와 위가 약하기 때문이리라.

앓고 나서 더욱 제 기능을 하지 못하니 기와 혈이 어찌 튼튼해지겠는가.

몸이 여위어 병이 쉽게 들어오고 얼굴빛이 거칠어 병에 걸렸나 의심된다.

늙은 몸이 바라는 것이 그리 많겠는가.

손자 하나 더 보면 다행히요 기쁨이다.

나쁜 일은 항상 남보다 먼저 당한다.

다른 사람보다 늦게 당하면 좋으련만.

아, 운명이 이와 같으니 하늘을 우러러보며 크게 소리쳐 떨쳐버려야지.

병진년 9월에 짓다.

 

 

위 시는 이문건(1494 ~ 1567)의 양아록(육아일기) 중 시 '너는 어찌 밥을 먹기 싫어하느냐' 입니다. 

 

 

1. 1인가구의 과거

 

이 시를 읽으면 할아버지의 손자 사랑이 시대를 넘어 현재에도 느껴집니다. 이처럼, 조선 시대에 할아버지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평생에 걸쳐 배워온 학문과 경험해 온 지혜를 손자에게 가르치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손자는 할아버지에게 예의부터 학문까지 모든 것을 배우며 부모에 대한 효를 바로 실천에 옮겼습니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가정(구)의 모습이었습니다.

 

김홍도, 「평양감사향연도」, 「서당」 중

 


그러나, 현대에 들어오며 이러한 모습들은 하나의 기록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출처 :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1994년 5월 14일자 매일경제>

 

1994년 매일경제에서 '1인가구'에 대하여 쓴 기사 중에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적잖은 사람들이 "근년 들어 빠르게 가정의 양태와 가족들의 사고방식, 생활양식이 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전의 잣대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많다고도 말한다.

우선 경제 사회발전과 함께 행복추구 기능 등이 강조되면서 소가족화 핵가족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처럼 예전에는 1인가구에 대해 '좋지 못한 시선'과 '이해할 수 없다'는 선입견이 많았습니다. 그 당시 기사에 따르면 '1인가구 증가 원인을 경제적인 발전에 따른 행복추구의 욕구가 증가와 개인주의적 경향이 심화되었다'라고 말합니다. 얼핏 듣기로는 혼자만의 행복을 위해 욕심을 내서 '1인 가구'가 되었다고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반응입니다. 위에서도 잠깐 보았듯이 한 지붕 아래 조부모님, 부모님, 자녀, 손자 이렇게 모든 세대가 함께 모여 사는 '대가족'의 형태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전통적인 모습을 깨고 혼자만 사는 핵가족의 모습은 사회적 이슈이자 문젯거리로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현재는 어떨까요?

 

 

2. 1인가구의 현재

 

 

 

 

  

위 자료를 보시면 대한민국의 1인가구의 증가율과 비율을 볼 수 있습니다. 1인가구급격한 증가와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을 보시면 더 이상 1인 가구는 '이질감'을 일으키는 가구의 형태가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1인 가구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만 바라보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1인가구의 급격한 증가 이유로 '개인주의의 확산'보다는 '결혼관의 변화, 여성의 사회진출력 증가, 평균 수명의 증가' 등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료에 의하면 이미 대한민국의 1인가구(2010)는 24%(414만 명)를 넘어섰습니다. 통계적으로 5가구 중 1가구는 반드시 1인 가구인 것입니다. 그리고 400만이 넘는 1인가구 중 경제력과 구매력이 있는 20~50대가 1인가구 전체 비중에 67%(268만 명)에 달하기에 이들의 소비력을 무시할 수 없는 기업들이 이들을 위해 '1인가구' 맞춤형 제품을 생산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현상들은 1인가구의 등장이 사회의 자연스러운 부분으로 인식되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위 자료는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의 자료이기에 곧 있을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는 1인가구가 더 늘어나 있을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다음 자료로는 2010년 기준 1인가구의 연령대 비율과 성비를 알 수 있습니다.

 

 

 

 

이 자료로 1인 가구 중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대를 알 수 있는데요, 보다시피 30대와 70대가 19.1%로 공동 1위입니다. 물론 20대도 18.4%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우리가 눈여겨 보아야 할 대상은 70대입니다. 70대 1인가구는 79만 명으로 집계되었고 그 중 82%에 해당하는 65만 명이 할머니입니다.

 

 

<출처 :  통계청, 「한국의 사회동향 2012」 p2>

 

통계청에서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2'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에는 20~30대의 1인가구가 집중되어 있고 지방으로 갈수록 70대의 1인가구가 많다고 합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홀로 남은 삶을 보내고 있다는 반증이겠죠. 실제로 이러한 사회현상을 담은 29초 영화가 있습니다. 

 


[29초 영화제 밥상]

 

3. 1인가구의 미래

 

'1인가구는 자본주의 발달로 인해 본인의 능력대로 개인의 성취와 가치를 위해 물질을 소비할 수 있기에 늘어난 것이다'라는 사회학자들의 의견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실례로, OECD의 국가들의 1인가구의 비율을 보면 대한민국은 2010년에 24%를 기록했고 일본과 미국은 약 30%, 다른 선진국 또한 비슷한 수치로 나타났습니다. 자본주의가 발달한 선진국 일수록 1인가구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그렇다면 대한민국이 앞으로 다가올 1인가구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아보겠습니다. 


<일본>


1인가구 현상이 우리나라보다 빠르게 확산된 일본은 이미 2011년에 전체 가구 중 1인가구가 약 30%의 비중을 차지할 만큼 아시아권에서 1인가구가 많은 나라입니다. 

 

일본의 경우 '1인 가구 맞춤형 소비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요, 일본의 1인 가구 비율은 우리나라처럼 고령층과 구매력이 있는 30~40대로 나뉩니다. 그래서 기업에서는 혼자 사는 30~40대를 위한 '1인 가구 맞춤형 소비제품' 생산이 증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래 자료를 보면 1인가구의 소비지출액은 160,446엔으로 4인가구의 1인 소비지출액 81,667엔보다 약 2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출처 : 일본 통계청(2013),  「세대 속성별 가계수지」 , p28>

 

그만큼 1인 가구 소비자들이 일본 시장에 끼치는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어 계속해서 '1인 가구 맞춤형 서비스'가 발달하고 있습니다.

 

고령층의 독거노인의 증가가 실버산업의 성장을 가져올 것이란 예상이 빗나갔습니다. 실버산업의 소비영향력은 줄어들고 오히려 젊은 1인 가구의 문화생활, 미용, 의식주 등 자신을 위한 소비영향력이 증가하고 있으며, 10인 10색의 다양하고 소규모의 구매형태가 발달하고 있습니다.

 

빈집을 독거노인들의 공동 주거 공간으로 개조하는 정책이 시행 중입니다. 일본 독거노인 자살 사건이 (도쿄 검시관 사무소 발표) 2002년 1,364명에서 2008년 2,211명으로 약 2배 증가한 추세입니다. 또한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주택이 남기 때문에 일본의 빈집을 활용해 빈집을 독거노인들의 공동 주거 공간으로 개조하는 정책을 시행 중 입니다. 이를 통해 빈집 문제 해결과 독거노인들의 '고독사' '독거노인 자살'을 막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4. 정리

 

예전에 일본에서 만들어진 '혼자 밥 먹는 사람들을 위한 비디오'(어떤 한 사람이 밥 먹는 장면만 찍은 영상)가 나왔다는 뉴스를 보고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저는 '왜 저런 게 필요한가?'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심지어 1인만을 위한 식당이 일본에 있다는 소식도 그 당시에 충격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역시 1인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실패사례와 앞서간 사회현상 등을 분석해 타산지석으로 삼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KBS2 다큐3일>

 

  

보건복지부 발표에 의하면 독거노인의 96%가 평균 3.86명의 자녀가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주 1회 이상 자녀가 방문하는 비율은 34%라고 합니다. 홀로 계시는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사랑과 지원이 하루빨리 전해지길 기도합니다.

 

 

※ 본 글은 '통계청블로그기자단'의 기사로 통계청의 공식입장과 관계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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